지역주택조합 방식으로 건립돼 이달 29일부터 집들이를 하는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보라매자이(959가구).  /이혜인 기자
지역주택조합 방식으로 건립돼 이달 29일부터 집들이를 하는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보라매자이(959가구). /이혜인 기자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다. 아파트를 싼값에 주겠다고 조합원을 모은 뒤 기약 없이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횡령 등 각종 비리 사건도 적지 않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는 원수에게 추천하는 것”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하지만 모든 지역주택조합이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특히 서울 동작구에서는 준공까지 성공한 지역주택조합이 잇따르고 있다. 이달 말 또 다른 지역주택조합 단지인 신대방동 ‘보라매 자이’도 입주를 앞두고 있다.

동작구 지역주택조합 잇단 성공

'지역주택 성지' 동작구…보라매자이 이달 입주
지역주택조합은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자나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을 소유한 1주택자가 조합을 결성해 주택을 짓는 사업이다. 조합원이 토지를 매입하고 건축비를 부담해 직접 개발한다. 하지만 토지 매입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에 재개발·재건축에 비해 사업 신뢰도가 낮다.

하지만 동작구에서는 지역주택조합 성공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상도동 일대에서는 지역주택조합으로 만들어진 대규모 브랜드 단지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2007년 ‘상도동더샵’(1122가구)을 시작으로 2012년 ‘힐스테이트상도센트럴파크’(1559가구), 2013년 ‘힐스테이트상도프레스티지’(882가구), 지난 2월 ‘상도동롯데캐슬파크엘’(950가구) 등이 성공적으로 준공됐다.

동작구에 따르면 사업이 진행 중인 지역주택조합은 총 20곳이다. 통상 지역주택조합은 지구단위계획 지정 단계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많지만, 동작구에서는 17곳이 이미 지구단위계획에 포함돼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동작구에서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원활한 이유로 이창우 동작구청장의 지원을 꼽는다. 상도동 I공인 대표는 “2014년 이 구청장이 취임한 이후 정비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며 “지역주택조합에서 가장 힘든 게 토지 확보인데, 동작구에서는 이 관문을 넘어 사업 승인을 신청한 구역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날 ‘정비사업 정보몽땅’ 종합포털에 재개발·재건축뿐 아니라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정보 공개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별도 시스템 없이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정보 공개가 이뤄져 정확한 정보를 얻기 어려웠다. 또 자치구가 조합을 관리하는 데도 어려움이 많았다.

신대방동 ‘보라매 자이’ 집들이

이달 29일 신대방동에서는 보라매 자이가 입주를 시작한다. 이 단지는 지하 3층~지상 최고 38층, 8개 동, 총 959가구(전용 59~84㎡) 규모로 조성됐다. 지역주택조합 사업계획 승인을 받기 위해선 토지 소유주 95%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보라매 자이는 사업 부지의 64.5%를 만민교회 한 곳이 소유해 비교적 사업이 수월했다는 평가다.

현재 보라매 자이 전용 84㎡의 매매 호가는 17억~18억원이다. 2018년 일반분양가가 8억400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오른 가격이다. 전셋값도 비싸다. 전용 59㎡ 전세 호가는 7억5000만~8억원이다. 전용 84㎡ 전세 호가는 10억원에 형성돼 있다. 인근 단지인 ‘보라매 e-편한세상’(386가구) 전세는 전용 59㎡가 7억원, 전용 84㎡가 8억5000만원 수준이다.

보라매 자이는 서울지하철 7호선 신대방삼거리역·보라매역을 가까운 거리에서 이용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인근에 대림초, 강남중, 성남중·고가 있다. 신대방동에서는 2003년 ‘보라매롯데낙천대’(734가구)가 들어선 이후 새 아파트 공급이 없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보라매 자이는 입주 전부터 매매 호가가 지역 최고가 단지인 ‘상도두산위브트레지움’을 뛰어넘는다”며 “향후 이 일대 시세를 견인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아직 전세 거래는 활발하지 않다. 조합원이 내놓은 전세 매물은 많지만, 가격이 높은 수준이어서 계약까지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다. 입주 후 전세 매물을 소화하기까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